에스페로, ‘한국의 일 디보’를 꿈꾸며 [엑's 인터뷰③]

([엑's 인터뷰②]에 이어) 성악 전공자들이 모인 그룹 에스페로(Espero)가 ‘크로스오버’ 장르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가요계에 정식 데뷔한 에스페로(남형근, 허천수, 켄지, 임현진)는 성악 전공자 4명이 모인 팀이다. 에스페로 멤버들은 성악이 아닌 ‘크로스오버 발라드’로 대중 앞에 서게 된 이유를 각각 밝혔다. 

남형근은 성악으로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뮤지컬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며 클래식과 뮤지컬을 모두 사랑하는 대학 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대학생활하면서 뮤지컬도 보고, 연습도 하고, 친구들끼리 행사를 많이 갔었다. 실기 때 부르는 성악곡은 행복한 느낌이 크지 않았는데 행사나 축가 무대는 행복하고 벅차더라. 그래서 크로스오버 데뷔 준비하면서 더 설레는 마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켄지는 “어렸을 때 가요에 푹 빠졌었다. 빅뱅 선배님들한테 반해서 가수 꼭 하고 싶다 했는데 그 당시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고, 제 능력에 대한 확신도 없어서 공부하면서 살다가 18살 때 가요를 배우러 실용음악과 학원에 갔다”고 말문을 열었다.

가요를 배우면서는 성대가 두꺼워 가요의 고음을 낼 수 없다는 벽에 부딪혔다는 그는 “내 소리를 찾으러 떠난 게 성악이다. 그 매력에 빠져서 행사도 해보고, 오페라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다 크로스오버 발라드 그룹을 제작한다는 걸 듣고 도전했다”고 했다. 자신의 소리를 내면서도 사랑했던 가요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켄지는 합격 후부터의 시간들을 “꿈같은 순간들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임현진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해서 선화예중과 예고를 나와 대학까지 클래식의 길을 10년 정도 걸었다. 마지막 학기에 데뷔를 하게 된 것”이라며 “어떤 장르를 해야 제 음악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이 있었는데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의 일디보(Il Divo) 같은 그룹을 만든다더라. 이 그룹에 들어간다면 크로스오버 장르를 더 편하게 알릴 수 있지 않을까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큰 목표를 갖고 합류했다고 했다. ‘대중화’라는 목표가 있다는 임현진은 “아직은 이 장르가 호불호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싫은 게 아니라 어렵다는 느낌 같은데, 깊이감이 다르면서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장르로 잘 풀어내고 싶은 원대한 포부를 안고 시작했다”고 밝혔다.

허천수는 “어렸을 때부터 도전의 연속이었다”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새로운 환경에 살고 싶어 3년의 유학생활을 하기도 했다는 허천수는 한국에 들어와 수능을 보고 영문학과 진학했고, 군대에서 ‘내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을’ 무언가를 찾았다. 그렇게 ‘음악’을 찾은 그는 “제대할 때 성악 선생님을 소개받아 학교를 들어갔다.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가 뭘까 했는데, 가수라는 목표가 생기더라. 지식 없는 용기는 무모하다고 생각해서 음악 대학에 갔다. 이 과정들이 없었으면 꿈을 못 이뤘겠구나 했고, 오디션 공지가 와서 최종적으로 합류했다”고 말했다.

악보가 있는 클래식과 달리, 가사지와 가이드 음원이 따로 있는 탓에 녹음하면서 악보를 찾았다는 일화도 밝혔다. ‘악보’를 찾던 성악 전공자들이 ‘성악 발라드’를 부를 때의 미묘한 차이는 없었을까. 허천수는 “성악은 마이크를 쓰지 않고 가요는 마이크를 쓰는 것”을 차이로 꼽았다. 그는 “김호중 선배님이 어느 순간엔 떼고 불러야 하는지, 숨소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이크 사용법을 전수해주셨다”며 “가요는 마이크의 섬세함을 사용해 발성에 대해 더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임현진도 “선생님들이 가수가 무대에서 직접 울면 좋은 가수가 아니다. 울기 직전까지 감정을 잘 표현해서 관객들이 울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 선이 성악과 가요가 다른 것 같은데, 마이크 사용 여부 같다”며 공감했다. 그는 “성악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 소리로 가득 채운다면, (마이크를 쓰는) 가요는 숨소리 하나까지 다 들어가 가수가 표현하고자 하는 게 백이면 백 다 들어간다. 가요는 조금 더 섬세하게 불러야 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돌이 아닌 흔치 않은 크로스오버 ‘그룹’으로서의 도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남형근은 “솔로는 혼자만의 노력이라면, 그룹은 여러 명이 모여 합을 이뤄야 하는 것이지 않나. (저희가) 서로 색깔들이 다 다르다. 처음엔 걱정을 했는데 부족한 부분도 채울 수 있고, 제가 없는 부분을 멤버들이 갖고 있는 거 보면서 배워야겠구나 하기도 했다. 노래적으로 개인이 튀려고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서로가 잘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피드백을 해준다”며 “(결과물이) 혼자 하는 무대보다 네 명이 하는 무대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성악으로 무대에 설 때와 크로스오버 장르로 무대에 설 때의 차이점도 밝혔다. 켄지는 “오페라 무대는 저희가 플레이하고 관객들이 감상을 하는 느낌이고, 음악방송은 같이 숨 쉬는 느낌이다. 생동감이 있다”고 다른 관객들의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임현진은 “성악은 우리나라에선 대중적으로 밀리는 게 사실인데, 성악이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장르가 아니고 언어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가사로 소통하는 게 쉽지 않다”며 성악 발라드 무대를 통해서는 관객들에게 명확히 가사와 감정이 전달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멤버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언어적 차이에 공감했다.

‘나의 곡’으로 무대에 선다는 점도 다른 부분이다. 남형근은 “클래식했을 때는 기존의 곡이니까 원곡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느낌이 있는데 저희 곡을 하니까 저희가 맘대로 만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켄지는 “성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수십, 수백 년 된 곡을 끌어와 부르기 때문에 정해진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저희 곡은 저희만의 표현을 가사에 담을 수 있고, 그 가사를 표현해 부를 수 있다는 자체가 좋다. 우리가 표현한 게 ‘틀’이 된다는 게 재밌고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크로스오버 음악의 대중화를 꿈꾸며 데뷔했다는 임현진은 ‘책임감’까지 든다고. 그는 “이 앨범으로 크로스오버 장르가 대중에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책임감을 갖고 연습하다보니 준비할 때도 허투루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임현진은 “성악곡 같은 경우에는 많이 불렀던 분들이 있으니까 막히면 ‘누구 거 찾아서 듣고 불러 봐’하는데 이건 저희 노래니까 나중에 ‘에스페로 거 들어봐’가 되지 않겠나. ‘원곡 가수’라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 부담감과 책임감이 좋다”며 크로스오버 장르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